[이투뉴스] 전기차나 ESS에 장착된 리튬이온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설비용량에 따라 위험 기준의 최대 수백만 배에 이르는 맹독성 불화수소(hydrogen fluoride, HF·불산)가 대량 생성·방출돼 복합재난을 유발할 수 있다는 특수재난대응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리튬배터리는 전기저장능력이 우수해 각종 모바일기기부터 전기차, 대용량 ESS이르기까지 가장 범용적으로 쓰이는 이차전지다. 하지만 화재사고 시 위험에 대해선 관계부처나 소방당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배터리제조사들 역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7일 본지가 관련 전문가인 김흥환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방위로부터 입수한 <네이처> 수록 해외 연구논문의 리튬배터리 화재실험 결과를 보면, 시험에 동원된 7가지 상업용 셀은 제조사와 형태, 핵심소재를 불문하고 가열하자 배터리용량(Wh)당 20~200mg의 불산을 생성했다.
제조사는 물론 소재도 코발트, 인산철,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으로 다르고 셀 형태도 원통형과 파우치형, 각형 등으로 다양했으나 유형과 충전율(SOC)에 따라 배출총량과 방출속도가 달랐을 뿐 화재 시 다량의 불산을 내뿜기는 마찬가지였다.
불산은 한두 모금만 연기를 마셔도 즉각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리튬배터리 전해질로 사용되는 육불화인산리튬(LIPF6)이 공기 중의 물 등을 만날 때 만들어진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유해물질 노출기준값(IDLH, 즉각적인 생명위험)은 ㎥당 0.025g(30ppm).
실험결과대로라면 화재 시 100kWh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200만~2000만mg(2~20kg), 1MWh ESS는 2000만~2억mg(20~200kg)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불산을 방출하는 셈이다. 이는 위험기준의 80만배(전기차)에서 최대 800만배(ESS)를 초과하는 양이다.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 설치된 ESS는 56GWh,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300GWh 안팎이다. 보급량 증가에 비례해 관련 화재도 늘고 있는데, 최근 5년간(2017~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및 ESS 화재만 각각 33건, 35건이며 소방당국 추산 재산피해액은 408여억원이다.
인명피해도 본격화되고 있다. 2019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ESS화재 진화에 투입된 소방관 4명이 폭발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을 시작으로 작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는 쇼핑몰 ESS 화재를 진화하던 소방대원 등 3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같은해 독일에선 특수복을 갖춰입은 소방대원 12명이 불산에 노출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연구논문은 “리튬이온배터리로 화재로 인한 불화수소 방출은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으며, 특히 대형배터리와 밀폐된 환경에서 더 큰 위험"이라며 "물을 분무하면 일시적으로 불화수소 생성이 증가하지만 전체 방출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튬이온배터리의 유독기체 배출에 관한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기술발전과 시장확대를 이뤘으나 관련 데이터가 부족해 기체배출(불산)과 관련된 리스크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특성을 고려해 전기차·ESS 화재를 독성과 폭발성을 동반한 복합특수사고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소방당국은 배터리 제품별 불화수소 배출량에 관한 기본정보도 얻지 못한 채 1~2쪽짜리 단순한 표준작전절차(SOP) 메뉴얼만으로 위험천만한 전기차·ESS 화재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최소 레벨A 수준의 화학복을 입고 ESS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독일 등과 비교된다.
특수재난대응 전문가인 김흥환 소방위는 "전기차·ESS 화재는 현상으로는 단순화재지만 독성, 화재, 폭발성 등 복합위험을 가진 특수사고"라며 "소방청만이 아니라 완성품(전기차)을 다루는 국토부와 배터리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대응할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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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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